 | 글을 깨치던 유년 시절에 보았던 동화책이 있었다. 곰돌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이었는데 내용은 곰돌이가 사과나무를 키우면서 하루 이틀, 한달 두달이 지날 때마다 사과나무에게 와서 “따도 괜찮겠니?”, “따도 괜찮겠니?” 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러면 사과나무는 아직은 때가 아니니 조금 기다리라고 말해주고, 곰돌이는 사과를 얻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러다 가을 어느날.... 빨갛게 잘 익은 사과나무는 드디어 “따도 괜찮아”라고 말을 해준다. 곰돌이는 그 사과를 따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며 행복해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상스러울 만큼 그 책을 좋아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열 번도 넘게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고는, 들으면서 마냥 행복해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먼 기억에 내가 곰돌이가 된 것 같은 느낌, 무언가를 얻기 위해 그냥 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잘 익은 사과의 결실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와 기다림 그리고 기다림 속에서 얻는 두근거림과 즐거움들을 깨우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게 수학은 열매를 얻기 위해 매일매일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진정한 정성과 사랑을 다하는 곰돌이와 사과나무이다. 단순히 열매를 따먹기 위한 목적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속의 사랑과 기다림이 더 값진 것이다.
유년시절 매일같이 숫자를 세고 있는 나를 위해 부모님께서 수학동화 라는 몇 권의 시리즈 책들을 사주셨다. 각각의 책들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아주 간단한 수학적 원리들과 함께 주어지고, 그 속에서 생각을 통해서 셈을 깨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용이었는데 나는 아예 그 책에 빠져 살다시피 했고. 이내 책을 줄줄 외우다 못해 책을 조금씩 변형하여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것으로 동생이나 엄마아빠에게 퀴즈를 만들어 내곤 하였다. 혼자서 주위에 오가는 차들의 번호판을 보면서 수식을 만들어보는 놀이를 하거나, 연립방정식 같은 것을 만들어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 쓰는 것에 재미를 붙였었다. 대형서점에 부모님이 데리고 종종 가셨는데 나는 항상 수학과 관련된 책에 항상 눈길이 먼저 가서 그 책들을 몇 권씩 쌓아놓고 보곤 하였다. 그런 책들을 보는 것의 장점은 다른 아이들은 거의 아무도 그런 책을 찾지 않기 때문에 재촉 받지 않고 마음 편하게 나 혼자서 깨끗한 책들을 실컷 볼 수 있다는 것도 있었다. 어느덧 서점의 어린이 코너에서 더 이상 볼 책이 없어진 나는 자연스럽게 중고등 수학 참고서도 넘겨보게 되었고, 그 연장으로 책을 사와서 집에 서도 계속 읽고 생각하고 그 내용을 고민해보고 하였다. 결국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수학의 정석에 나온 삼각함수의 반각/배각공식 등을 이용해서 나만의 공식을 만들기 위해 몇 일간의 연구를 하기에 이르렀고 끝내 성공하여 며칠 씩 기뻐 설레기도 하였다.
중학교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수학공부를 시작하였다. 중2쯤 될 무렵 그동안 나만의 생각과 연구로 공부를 해오며 머릿속을 날아다녔던 수학의 세계가 조금씩 구체적인 수학 전문서적을 배우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날이 새는 줄도 모르게 갈수록 깊이 깊이 수학에 빠져들었고, 눈만 뜨면 온통 수학문제들이 눈앞에 떠오르곤 했다. 기존에 나와 있는 문제 풀이 법이 아닌 다른 나만의 방법을 찾고 싶어서 며칠씩 고민해보고 그것으로 풀어낸 것이 완벽한 답안으로 나왔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끌려가지 않고 내 스스로가 부딪혔던 수학적 부분들이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정확히 나의 상태를 잘 알기 때문에 내가 어디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지를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수학을 공부하다 보면 어떤 날은 미친 듯이 문제가 잘 증명되다가 어떤 날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도무지 꽉 막혀 앞으로 나갈 수 없는 벽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난 답답해하거나 재촉해 하지 않는다. 고1이 된 지금, 아직 내가 너무나 많이 부족하고 앞으로 배울 것도 너무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만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 곧 이 벽을 뚫을 해결법을 반드시 알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나는 수학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나는 수학이 문제를 푸는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풀기 곤란하게 꼬아서 만든, “문제를 위한 문제”와 같은 수학 문제들을 풀어내는 기술을 익히기 보다는 진정한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수학을 사랑하며 수학난제들에 끝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곰돌이의 사과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 때는 많은 사람들과 서로서로 함께 행복하게 나누고 기뻐했으면 좋겠다.
주요 수상실적
(1) - 22회 경기도 시대회 금상
(2) - 22회 경기도 도대회 금상
(3) - 24회 중등 kmo 1차 금상 여름학교대상자
(4) - 24회 중등 kmo 2차 금상 겨울학교대상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