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단 ＫＭＣ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시험을 보고 나오면서 좋은 느낌을 받기는 했으나 이렇게까지 큰 상을 타게 될 줄은 몰랐다. 일단 고등 ＫＭＣ를 보게 된 것은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들이 응시를 많이 하길래 따라 보게 되었던 게 첫 ＫＭＣ를 보게 된 계기인 듯하다. 첫 ＫＭＣ에서 은상을 수상하고 두 번째 ＫＭＣ에서, 지난번 같이 은상을 수상했던 친구가 최우수상 수상을 하는 것을 보고는 그게 아무래도 내 ＫＭＣ에 대한 도전적 욕망을 자극해 준 것 같다. 불행이도 ＫＭＣ 이틀 전에 기말고사가 끝나서 기말고사 공부로 내신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보니 따로 준비할 시간은 거의 없었으나 평소 어려운 수학문제를 틈틈이 풀어봤던 실력으로 침착하게 본 결과 좋은 상을 수상한 듯 싶다. 그리고 평상시 수학에 대한 자신의 실력을 믿는 것만이 최고의 준비인 것 같다.
평소 수학 공부에 대한 한 가지 철학을 가지고 있다. 나만의 특별한 공부방법이라면 공부방법이지만 사실 별로 특별한 건 아니다. 그 방법은 사실 개념에서 바로 경시ㆍ심화문제를 푸는 단계로 넘어가라는 것이다. 주변 친구들에게 늘상 말하는 거지만, 수학 공부를 세 시간 할 계획이면, 그냥 개념 2시간 보고, 1시간동안 어려운 문제 두세개를 풀라고 말한다. 그리고 절대로 개념문제를 풀지 말라고 말한다. 수학에는 계산력, 연상력, 창의력 세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첫째로 계산력은 말 그대로 계산하는 능력이다. 9+10=19 이런 계산을 하는 능력이다. 이건 중학교 2학년까지 수학을 정말 열심히 해 오기만 했으면 누구나 어느 정도까지는 갖추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건 연상력과 창의력이다. 연상력은 문제를 분석하는 능력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능력이다. 정말 꾸역꾸역 모의고사와 내신 문제만을 풀어온 사랑스런 모범생 친구들은 절대로 기하부등식을 풀 수 없다. 모의고사와 내신이 요구하는 연상력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 기하부등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친구들은 조합문제에 약하다. 창의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창의력이 문제풀이 전략을 세우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개념 2시간과 1시간의 어려운 문제 푸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개념 2시간은 연상력을 높이는 시간이다. 뭘 하든 본질을 꿰뚫어 보는 행동은 본질을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니까. 그리고 문제 푼 경험 없이 그냥 심화ㆍ경시문제를 푸는 행위는 창의력을 높여주는 훈련이다. 개념문제를 풀고 난 뒤와 풀기 전의 문제를 푸는 데 소요되는 사고력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수학 자체가 문제풀이 전략을 짜고, 실패하고, 그것이 피드백 되어서 문제를 푸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자면 ‘아예 내신 공부 하지 말고 경시 공부만 해라!‘ 라고 들릴 수도 있으나, 내신을 말아먹더라도 수학을 정말로 즐기고 좋아한다면 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필자는 수학 내신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면 부작용이 있음을 간과하시면 안 된다.
이 수상소감을 보게 될 여러분들은 내 조언을 듣지 않아도 되는 분들이시기 때문에 이 공부법이 전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왜냐면 실제로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상력과 창의력은 굳이 수학이 아니더라도 쓸 일이 많다고 생각하기에 이 공부법을 수학에 한한 적용해왔고 또한 추천하는 바이다.
이상 짧은 글을 마치려 한다. 개인적으로 글을 한번 퇴고해 보니까 최우수상 한 번 탔다고 굉장히 잰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원래는 이렇게 거만한 학생이 아니기에 이에 대해 양해를 부탁드린다. 나와 공동 수상한 친구는 후기를 어떻게 쓸지 굉장히 궁금하고 그 친구가 겸손하게 썼다면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긴 하나 일반고와 과학고의 수준 차이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