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호, 겨울방학이다!
친구들과의 눈싸움을 떠올리며 즐거운 겨울방학을 기대했는데, 슬프게도 고등학교 1학년을 정리하는 기말 성적표는 즐거운 겨울방학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들었다.
‘수학등수에서 맛보는 짜릿함을 영어성적에 조금만 보탤 수 있다면...!’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는 나의 호기심에 어떤 간섭도 하지 않으셨다. 엄마에게는 숫자더하기놀이를 하루 종일 해달라고 조르고, 할아버지와 오목을 두면 내가 지는 날은 졸려서 잠자기 직전까지 수없이 많은 게임을 해야만 끝을 내는 등 주위의 어른들을 ‘귀찮게’ 했지만 늘 응석부리는 대로 맞춰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주위의 영어조기교육 물결에 영향을 받아 나에게 영어공부를 강요했을 법도 한데 별로 심하게 잔소리 들은 기억이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수학책을 읽고 수학퀴즈를 풀고, 수학퍼즐에 도전하면서 지금까지 수학자라는 내 미래의 꿈을 키우며 살아 온 것 같다.
하지만, 중학교 때까지는 시험기간에만 몰입하면, 해결되었던 영어문제가 이제는 내 발목을 잡는 것 같다. 교과서를 암기해도, 영어선생님이 나눠주신 모든 프린트를 외워도, 신기하게도 영어시험지는 꼭 나를 골탕 먹이는 문제를 두, 세 개는 창조해낸다. 마침, 새해를 시작하면서 24회 KMC 경시대회의 최우수상자로 연락을 받으면서, 하나 결심한 것이 있다. 지금까지 정말 좋아서 열심히 했고, 친구들 누구에게서도 “너라면 이 문제 풀겠지?”라며 의지해 오는 아이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험 때면, 완벽하게 내가 구할 수 있는 문제집의 모든 수학문제를 풀고, 오답 정리를 하고, 창의적인 문제라고 생각되는 문제들만 모은 노트를 따로 만들어 온 것이 지금은 나의 자산이 되었는데, 이런 방법으로 한다면 무슨 과목인들 정복하지 못할까라는 깨달음에 생겼다.
아빠는 가끔씩 하시는 말씀이 있다. 어떤 하나의 과목이든, 일이든, 사물이든 정말 열심히 알려고 하고, 매달리고 몰입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면 그 사람은 다른 어떤 것도 똑같이 도전하고 성취해 낼 수 있다고. 이번 수상을 통해 정말 그것을 알게 되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수학이었고, 퍼즐이었고 수학책이었지만, 시험에서 틀리고, 실수하고 빼먹고를 하면서 나 자신을 얼마나 단련시켰나? 그리고 무수하게 계획도 체크하고, 또 방법도 바꿔보고 하면서 지금까지 온 거다.
올해도, 그리고 앞으로도 수학공부의 방법을 또 다시 체크해 보겠지만,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영어부터 시작해서 다른 과목들도 수학과 같이 꼼꼼한 체크로 다져갈 것이다. 부모님이 수학에 빠진 나에게 영어를 강요하지 않고 수학공부 하나만으로 뭔가 나만의 방법을 찾고 공부라는 데에 자신감을 갖게 해주신 것에 감사를 하고 싶다. 나의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 누구에게서도 배울 수 없는, 직접 해보고 실패하고 고쳐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나만의 공부 방법을 내 것으로 할 수 있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