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려서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하면 “과학자요”라고 대답한 기억이 납니다.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부모님이 귀찮아하실 정도로 이것저것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사물의 원리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책에는 제가 궁금해 하는 것들의 답이 있었습니다. 식사하면서도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아빠한테 식사 예절이 아니라고 야단맞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책이 좋은 걸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을 따라 마트나 백화점을 가도 전 책 코너로 뛰어갔습니다. 또래 친구들은 부모님을 따라 다니거나 장난감 코너를 기웃거렸지만 저는 서점에서 과학과 관련된 책들을 읽었습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4학년 겨울 무렵에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가 쓴 「수학귀신」을 읽고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수학이 계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비로운 규칙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과목보다도 수학공부에 더 재미를 갖고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논리적인 추론과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서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는 수학의 재미를 대부분의 학생들은 알지 못할 것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면서 중학교 수학과정을, 6학년을 마치면서 고등학교 수학문제를 풀 정도로 수학 실력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 때 많은 수학 실력파들이 도전한다는 ‘수학올림피아드(KMO)’ 시험을 처음 도전하였습니다.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기에 자신 있게 도전한 시험이었지만 결과는 경기지역 장려상이었습니다. 내가 너무 자만했다는 사실과 우리나라에는 나처럼 수학을 좋아하고 실력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는 기회였습니다. 중학교 내내 거의 매일을 5시간 이상 수학공부에 매진하였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인지 중학교 2학년 때는 KMO 은상, 3학년 때는 KMO 금상을 받게 되었고 성적 우수자만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겨울학교(카이스트)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또 경기도 수학경시대회에서는 학교대표로 선발되어 안양과천 예선을 거쳐 경기도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수학 외에 과학분야에도 도전하여 물리올림피아드 금상, 화학올림피아드 은상을 받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경기과학영재학교에 진학해서는 중학교와 다른 토론식, 발표식 학습 방식 때문에 수학공부만 전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던 중 아빠가 신문에 난 ‘KMC(한국수학인증시험)’ 시험공고를 보고 의향이 있으면 도전해 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사실 중학교 때 수학올림피아드 시험만 준비해서 다른 권위 있는 수학시험이 있는 줄 잘 몰랐습니다. KMC 공고문을 읽어 보니 국내 유명 대학에서도 입학 시 성적을 인정해 주는 권위 있는 시험이었습니다. 또 금, 은, 동 등 수상자만 선정하는 KMO와 달리 전국 석차가 나오고 계산능력, 이해능력, 적용능력, 문제해결력 등 수학의 능력 영역별로 평가해주는 방식이 이채로웠습니다. 중학교 때만큼 수학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못했지만 수학에 자신이 있었기에 2011년 영재고 1학년 때 첫 도전을 해 본선에서 동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동상은 저에게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KMC 준비 부족과 계산 실수 그리고 KMO와 다른 문제 유형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 원인이라 분석하고, 바쁜 학교 생활 중에도 틈을 내서 과거의 KMC 문제를 찾아 내 풀어보고 마지막 응시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2012년 KMC 시험에 도전하였습니다. 예선에서는 계산 실수를 줄이기 위해 2번씩 검산하는 꼼꼼함을 발휘하였습니다. 그 덕분인지 예선을 100점으로 통과하였고 본선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어 너무나 기뻤습니다.
이번 KMC 시험을 통해 준비한 사람만이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